재판에서 검사 증거에 '동의'하느냐고 묻습니다 — 동의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건가요
JUAN 변호사2026.10.15조회 17
"증거에 동의하면 죄를 인정하는 거고, 부동의하면 다투는 거다."
재판을 앞둔 분들이 흔히 이렇게 정리해 두시는데, 정확한 이해는 아닙니다. 증거동의는 혐의를 인정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서류를 법정에서 증거로 쓰는 것을 허락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첫 공판에 들어가면 생각지 못한 쪽으로 재판이 흘러갈 수 있습니다.
■ 무엇에 '동의'하는 것인가
수사기관이 만든 진술조서, 피해자나 목격자가 쓴 진술서 같은 서류는 원래 그대로는 법정에서 증거로 쓰기 어려운 것이 원칙입니다. 법정에서 직접 한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8조는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나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되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피고인이 "그 서류를 증거로 써도 좋다"고 하면, 그 진술을 한 사람을 법정에 불러 확인하는 절차 없이 서류만으로 증거조사가 끝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동의와 자백은 다른 단계입니다
증거에 동의했다고 해서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동의는 그 서류가 증거로 쓰일 자격, 즉 증거능력에 관한 의사표시이고, 그 서류의 내용을 얼마나 믿을지는 재판부가 따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일도 생깁니다.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상대방 진술서에 아무 생각 없이 동의해 버리면, 그 진술은 진술자를 법정에서 반대신문할 기회 없이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다투고 싶은 내용이 담긴 서류라면 동의 여부를 신중하게 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부동의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부동의한 서류는 검사가 다른 방법으로 증거능력을 갖추려 하게 되는데, 가장 흔한 방법이 그 진술을 한 사람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필요한 절차입니다. 다만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사건에서 굳이 피해자 진술서에 부동의하면, 피해자를 다시 법정에 세우게 됩니다. 실무상 이 부분이 양형에서 좋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어, 자백 사건에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쪽으로 정리되는 편입니다.
■ 전부 아니면 전부가 아닙니다
증거목록에는 서류가 하나하나 따로 적혀 있고, 서류마다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특정 진술서의 일부 내용, 예컨대 피해 정도나 범행 경위의 일부를 다투고 싶다면 그 서류만 부동의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 한번 동의한 것을 되돌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판례는 증거조사가 끝난 뒤에는 동의를 철회하더라도 이미 생긴 증거능력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으로 이해됩니다. 첫 기일 전에 증거목록을 받아 서류별로 검토해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재판에 나가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에 피고인이 나오지 않으면, 대리인이나 변호인이 출석한 경우가 아닌 한 증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규정이 같은 조 제2항에 있습니다. 기일에 빠지는 것이 단순히 한 번 결석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서류에 동의하고 어떤 서류를 다툴지는, 내 사건을 다툴 사건으로 볼지 선처를 구할 사건으로 볼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방향을 정하기 전에 비슷한 사건들이 어느 정도로 선고됐는지부터 살펴보시면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PreVerdict AI 양형 분석에서 확인해보세요 → preverdict.net/pred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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