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치는 0.101%였습니다. 그 수치로 실형이 나온 게 아닙니다.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으로 기소된 20대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아니라 곧바로 실형입니다. 두 번의 운전이 함께 재판에 올라왔고, 두 번째 운전은 첫 번째 사건으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도중에 벌어졌습니다.
2023년에 음주운전으로 벌금 6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약식명령은 법정에 나가지 않고 서류 심리만으로 벌금이 정해지는 절차입니다.
2025년 5월 22일 오전 6시 27분경, 제주시 외도동에서 애월읍까지 약 12㎞를 운전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68%였고, 면허 없이 운전한 상태였습니다. 이 건으로 기소됐습니다.
2025년 10월 30일 오전 5시경, 제주시에서 약 500m를 운전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01%, 역시 무면허였습니다. 앞선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던 중이었습니다.
보도된 범위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단순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에는 대법원 양형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교통범죄 양형기준은 사람이 다치거나 숨진 경우를 중심으로 짜여 있고, 사고 없는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은 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양형기준이 있는 범죄는 권고 형량 구간이 표로 정해져 있어서, 어느 구간에서 시작해 무엇 때문에 올라가고 내려갔는지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는 그 표가 없습니다. 법정형이라는 넓은 범위 안에서 재판부가 재량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보도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미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기소된 상태에서 재차 동종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순서를 보십시오. 수치가 먼저 나오지 않습니다. 기소된 상태에서 다시 저질렀다는 사정이 앞에 있고, 수치는 그 뒤에 붙어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다시 세워보겠습니다.
2023년의 벌금 600만원은 경고였습니다. 다만 약식명령이라 법정에 서지 않았습니다. 서류로 끝났고, 절차가 몸으로 겪어지지 않았습니다.
2025년 5월의 운전은 두 번째입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재범이긴 해도 실형이 정해진 상태는 아닙니다. 수치가 0.068%로 높지 않고, 앞선 처분은 벌금이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재판을 성실히 받았다면 다른 결론도 가능한 자리였습니다.
결과가 갈린 지점은 그 다음입니다. 2025년 10월 30일,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다시 운전대를 잡은 순간입니다.
이 시점을 넘어서면 법원이 보는 대상이 바뀝니다. 그 전까지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이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수치가 얼마인지, 얼마나 달렸는지, 사고가 났는지를 따집니다. 그런데 재판 중 같은 범행이 반복되면 질문이 옮겨갑니다. **"이 사람에게 재판이라는 장치가 작동하는가"**입니다.
두 번째 운전의 객관적 조건은 무겁지 않았습니다. 0.101%는 면허 취소 기준을 갓 넘긴 수치입니다. 거리는 500m로, 첫 번째의 12㎞에 비하면 24분의 1입니다. 사고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수치와 거리와 결과만 표에 올려놓으면 실형이 당연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실형이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500m가 재판을 받으면서 운전한 500m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정 앞에서 수치는 형을 정하는 축에서 밀려나 참고 사항이 됩니다. 재판부가 이유를 밝히며 수치를 뒤에 둔 것이 그 순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무면허가 두 번 다 겹쳐 있다는 점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면허 없이 운전했다는 것은, 이미 운전할 자격을 잃은 상태에서 자격 회복을 기다리지 않고 차에 올랐다는 뜻입니다. 음주와 무면허가 함께 붙으면 "술을 못 참았다"가 아니라 "운전을 안 하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로 읽힙니다.
여기서 하나가 분명해집니다. 재판을 받는 동안의 행동은 양형에 반영되는 정도가 아니라, 양형의 틀 자체를 바꿉니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조사나 재판을 받는 중이라면, 그 기간 동안의 행동이 형량을 가르는 가장 큰 변수입니다. 죄명별 기준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두 보도가 전한 재판부의 양형 이유 문구가 서로 조금 다릅니다. 한쪽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된 점"이라는 표현이 더 있습니다. 다만 두 보도 모두 사고나 피해자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 문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판결문 없이 단정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