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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제추행,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만으로 유죄가 되는가

폭행도 협박도 없었는데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쟁점은 그때 상대가 어떤 상태였는지, 그리고 그 상태를 알면서 이용했는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현행 형법 기준2026년 검토약 6분

1. 법으로 정해진 형 (법정형)

준강제추행은 폭행·협박이 아니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만 다를 뿐, 처벌은 강제추행과 완전히 같습니다.

유형법정형
준강제추행 (형법 §299·§298)이 글의 주제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준강간 (§299·§297)벌금 없음3년 이상 유기징역
미수범 (§300)미수도 처벌기수와 같은 조항으로 처벌 (형은 감경 가능)
13세 미만·장애인 대상 등가중성폭력처벌법으로 가중 처벌

근거: 형법 제299조·제300조, 성폭력처벌법 제6조. 준강간은 강간과, 준강제추행은 강제추행과 같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2. 쟁점은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했는지 여부

준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실제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어야 하고, 행위자도 그 상태를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건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블랙아웃) 상태'가 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상대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겉으로는 의사소통이 가능해 보이는 경우가 있어, 당시 대화 내용·문자메시지·CCTV·목격자 진술 등 정황 전체로 항거불능 여부와 고의를 판단하게 됩니다.

⚠ '나도 취해서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합니다행위자 스스로도 만취해 인식이 어려웠다는 사정은 고의를 다투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자동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피해자의 상태를 알면서 유인·방치한 정황이 있으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3. 형량을 가르는 요소

  • 항거불능 상태의 정도완전한 의식불명인지, 부분적 기억만 없는 상태인지에 따라 성립 여부와 죄질이 달라집니다. ▲
  • 고의(인식) 인정 여부상대의 상태를 알면서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입니다. ▲
  • 객관적 정황 자료당시 문자·통화·CCTV·목격자 진술 등이 상태 판단의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
  • 합의·피해회복기소된 이후에는 합의·피해회복이 집행유예 여부에 큰 영향을 줍니다(처벌 자체는 면제되지 않음). ▽
  • 동종 전력·상습성유사한 방식의 전과나 반복 정황이 있으면 크게 불리해집니다. ▲

4. 대법원이 나눈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준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필름이 끊겼다'입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준강제추행)은 이 말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중증도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외부 자극을 기록하는 인코딩 과정에 영향을 받아 나중에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당시에는 의식이 있고 대화도 가능합니다. 반면 패싱아웃은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실제로 수면에 빠져 의식을 잃은 상태로,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을 잃은 것이어서 형법 제299조가 말하는 심신상실에 해당합니다.

같은 판결은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블랙아웃이라고 단정해 심신상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음주량과 음주 속도·평소 주량·기억장애를 겪은 경험·CCTV와 목격자 진술·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가해자와의 관계와 만남의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 '대화가 됐으니 항거불능이 아니다'는 곧바로 통하지 않습니다블랙아웃 상태에서도 겉으로는 의사소통이 가능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위 판결의 전제입니다. 반대로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심신상실이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론은 대화의 유무가 아니라 그 시점의 상태를 보여 주는 객관적 자료에서 나옵니다.

5. 상태를 착각했을 때 — 불능미수 문제

상대가 항거불능 상태라고 생각하고 행위에 나아갔는데 실제로는 그 상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경우를 불능미수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다수의견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더라도, 행위 당시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준강간의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상대가 실제로는 멀쩡했다'는 사정이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6.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한 경우이고(형법 제298조), 준강제추행은 폭행·협박 없이 상대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라는 점을 이용한 경우입니다(제299조).

두 죄는 성립 요건이 다를 뿐 법정형은 같습니다. 제299조가 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죄명이 바뀌어도 형의 범위 자체는 달라지지 않고, 달라지는 것은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지입니다.

강제추행으로 기소되면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와 그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고, 준강제추행으로 기소되면 그때 상대의 상태와 그 상태에 대한 인식이 쟁점이 됩니다. 사실관계가 같아도 방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준강제추행은 벌금으로 끝날 수 있나요?
법정형에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있어 사안에 따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유죄인 이상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처분이 함께 검토되므로, 벌금이 선고돼도 형사절차가 그것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아웃이었다'는 판단이 나오면 무죄인가요?
대법원 2018도9781 판결은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블랙아웃이라고 단정해 심신상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블랙아웃이라는 평가가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를 정황 전체로 다시 따지게 됩니다.
평소 사귀던 사이인데도 준강제추행이 되나요?
교제 중이거나 배우자 관계여도 상대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고 이를 이용했다면 준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관계의 존재 자체가 처벌을 막지 않습니다.
둘 다 취한 상태였는데도 처벌되나요?
행위자 본인도 만취해 상대의 상태를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은 고의 판단에서 다투어질 수 있는 사정이지만, 자동으로 처벌을 면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구체적 정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필름이 끊겼다는 진술만으로 유죄가 되나요?
피해자 진술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술의 일관성·구체성과 함께 문자·행적 등 정황증거가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미수에 그쳐도 처벌되나요?
네.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준강제추행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처벌 자체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피해회복은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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