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만%라는 숫자가 눈에 띄지만, 이 사건에서 형을 좌우할 조문은 그쪽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불법 대부 조직 관련자 29명을 검거하고 그중 12명을 구속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보도된 혐의는 범죄집단조직·활동 등입니다.
아직 기소 전, 수사 단계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물론이고 검찰의 기소 여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보도된 내용을 전제로 어떤 죄가 문제되는지를 정리한 것이고, 개별 피의자가 유죄인지를 따지는 글이 아닙니다.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범행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대출 규모는 14억원 상당, 불법 수익은 12억원 상당으로 파악됐고, 피해자는 55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자율은 연 최고 4만150%, 평균 4300%로 보도됐습니다. 50만원을 빌려주고 다음날 105만원을 요구한 사례가 예로 제시됐습니다.
경찰은 개인정보 4만501건을 확인했고, 범죄수익금 4200만원을 압수하고 2억4000만원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기관은 "급전이 필요하더라도 나체 사진까지 요구하는 악질적인 불법사금융을 절대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보도된 범위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사에는 범죄집단조직·활동만 적혀 있습니다. 다만 보도된 행위를 놓고 보면 성격이 다른 법률이 겹쳐 있습니다. 각각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나눠 보겠습니다.
대부업법 — 등록하지 않은 것과 이자를 넘겨 받은 것은 별개입니다. 등록 없이 대부업을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법이 정한 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대부업법 제19조). 두 조항의 무게가 다르고, 요구하는 것도 다릅니다.
성폭력처벌법 — 이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조문일 수 있습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그 협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올라갑니다(제14조의3 제1항·제2항). 상습이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여기서 "1년 이상", "3년 이상"은 상한이 아니라 하한입니다. 벌금형이라는 선택지가 조문에 없습니다.
형법 제114조 — 조직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거나, 거기 가입하거나,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개별 범행과 별개로 "그런 조직에 속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처벌한다는 점이 이 조항의 특징입니다.
형법 제114조의 문턱을 다시 보겠습니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목적으로 삼은 범죄가 그 선에 못 미치면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기준을 앞에서 정리한 법정형에 대보면 결과가 갈립니다.
이자율 초과 수취는 3년 이하 징역입니다. 장기가 3년이니 4년 이상에 미달합니다. 미등록 대부업은 5년 이하 징역이라 장기 5년으로 문턱을 넘습니다. 그리고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은 1년 이상, 강요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30년이므로 장기 요건은 넉넉히 충족됩니다.
즉 이 조직을 **"높은 이자를 받아내려고 모인 집단"**으로 보는 것과 **"촬영물로 협박해 돈을 받아내려고 모인 집단"**으로 보는 것은 조문 적용에서 다른 자리에 놓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도 목적범죄를 무엇으로 특정하느냐에 따라 제114조의 발판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걸립니다. 법원은 범죄집단을 공동목적 아래 구성된 계속적인 결합체이면서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아 왔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시가 오가는 구조와 역할 분담이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29명이 검거됐다고 해서 29명이 모두 같은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사와 재판에서 다투어질 지점이 대체로 여기에 몰립니다.
그리고 촬영물 협박이 인정되는 범위도 남습니다. 사진을 요구한 것과, 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과, 그 협박으로 실제 돈을 받아낸 것은 조문상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제14조의3은 제1항과 제2항의 하한이 1년과 3년으로 갈리는데, 그 경계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개별 피해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숫자가 큰 쪽이 늘 무거운 조문인 것은 아닙니다.
협박과 공갈이 어디서 갈리는지, 촬영물이 관련된 사건의 처벌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경찰 발표를 전한 보도 1건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수사기관이 밝힌 죄명은 범죄집단조직·활동 등이고, 위에서 함께 짚은 다른 법률은 보도된 행위에 비추어 문제될 수 있는 범위를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죄명으로 송치되고 기소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29명의 관여 정도와 역할이 각각 어떠했는지는 보도에 나오지 않아 다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