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가이드  ›  공범(공동정범·교사범·방조범)

교사범·종범·공동정범 — 직접 하지 않았는데 왜 같이 처벌되나

계좌를 빌려줬거나, 차를 태워줬거나, 옆에 있었을 뿐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형법은 가담의 형태를 공동정범·교사범·종범으로 나누고, 어디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형이 정범과 같아지기도 하고 반드시 감경되기도 합니다.

현행 형법 기준2026년 검토약 5분

1. 법으로 정해진 형 (법정형)

형법 총칙은 공범을 세 가지 형태로 나누고, 여기에 간접정범과 특수한 교사·방조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가담 형태처벌
공동정범 (형법 §30)감경 규정 없음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
교사범 (§31①)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
종범(방조범) (§32)필요적 감경종범으로 처벌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간접정범 (§34①)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
특수 교사·방조 (§34②) 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가중교사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다액에 2분의 1까지 가중, 방조는 정범의 형

근거: 형법 제30조·제31조·제32조·제33조·제34조.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로 감경합니다(제55조 제1항 제3호).

2. 방조는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쉽게 했는가'로 판단됩니다

형법 제32조 제1항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만 정하고 방조의 방법을 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범행에 손을 대지 않아도 정범의 실행을 쉽게 한 행위라면 방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9500 판결은 방조행위에 정범의 실행행위 중의 방조뿐 아니라 실행의 착수 전에 장래의 범행을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방조범이 정범의 범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이거나 예견적인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고의가 내심의 사실이어서 직접 증거가 없을 때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고, 그 관련성은 정상적인 경험칙과 합리적 판단에 따라 따져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 '이름만 빌려줬다', '심부름만 했다'는 그 자체로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계좌·차량·장소·명의처럼 범행에 쓰이는 수단을 제공한 행위는 실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아도 방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담의 정도가 공동정범 수준으로 인정되면 제32조 제2항의 필요적 감경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내가 안 했다'보다 '어느 형태의 가담인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3. 형량을 가르는 요소

  • 가담 형태공동정범인지 종범인지에 따라 감경 규정의 적용 자체가 달라집니다. ▲
  • 기여의 정도범행 전체에서 맡은 역할의 비중이 클수록 정범 쪽으로 평가됩니다. ▲
  • 이익의 귀속대가나 수익을 실제로 받았는지가 가담의 성격을 보여 주는 정황이 됩니다. ▲
  • 인식의 정도무슨 범행인지 어느 정도까지 알았는지가 고의 판단의 핵심입니다. ▲
  • 지휘·감독 관계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람을 시킨 경우에는 형이 가중됩니다(§34②). ▲
  • 중도 이탈·신고가담을 멈추고 수사에 협조한 정황은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

4. 종범은 반드시 감경되고, 공동정범은 감경되지 않는다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합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한다'여서, 종범으로 인정되면 감경이 의무입니다. 반면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만 정하고 감경 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에서도 공동정범이냐 종범이냐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판례는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그 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보아, 모든 실행행위를 직접 하지 않은 사람도 그 요건을 갖추면 정범으로 책임질 수 있다고 정리해 왔습니다.

정리하면 '얼마나 했는가'만이 아니라 '범행을 함께 지배했는가'가 기준입니다. 역할이 작아 보여도 계획과 분담의 한 축이었다면 공동정범이 될 수 있고, 관여가 커 보여도 정범의 범행을 돕는 위치에 그쳤다면 종범이 됩니다.

⚠ 감경된다는 것이 가볍게 끝난다는 뜻은 아닙니다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은 그 다액의 2분의 1로 감경합니다(제55조 제1항 제3호·제6호). 그렇게 낮아진 범위 안에서 실제 형이 어디에 놓이는지는 피해 규모·전력·피해 회복 같은 양형 사정이 다시 결정합니다.

5. 시켰는데 상대가 하지 않았다면 — 교사의 세 갈래

교사범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로,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합니다(형법 제31조 제1항). 그런데 시킨 대로 되지 않은 경우에도 교사자가 그대로 빠져나가지는 않습니다.

상황처벌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에 착수해 죄를 범한 경우 (§31①)교사자를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
승낙했으나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 (§31②)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경우 (§31③)교사자에 대하여 제2항과 같이 처벌

근거: 형법 제31조 제1항~제3항.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규정은 그 죄에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있을 때 의미를 갖습니다(제28조).

6. 신분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하면

업무상횡령이나 뇌물수수처럼 일정한 지위나 신분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가 있습니다. 이때 신분이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를 형법 제33조가 정하고 있습니다.

제33조 본문은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신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범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단서는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가담은 인정되더라도 신분자에게 적용되는 가중된 형까지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 지휘·감독 관계가 있으면 반대로 가중됩니다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제34조 제1항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인 때에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방조인 때에는 정범의 형으로 처벌합니다(제34조 제2항). 이 경우에는 방조라는 이유로 감경되지 않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방조범은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합니다(형법 제32조 제2항).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은 그 다액의 2분의 1로 감경됩니다(제55조 제1항 제3호·제6호).
무슨 범죄인지 몰랐다고 하면 빠져나갈 수 있나요?
대법원 2010도9500 판결은 방조범이 정범의 범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예견적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몰랐다'는 진술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망만 봤는데 공동정범인가요?
역할의 크기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지가 기준이라, 실행행위를 직접 하지 않았어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범의 범행을 돕는 위치에 그쳤다면 종범입니다.
술자리에서 운전을 말리지 않은 것도 방조인가요?
음주운전에서 동승자나 차량 제공자의 방조 여부는 관여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별도의 쟁점입니다. 해당 가이드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키기만 하고 아무 일도 없었으면 무죄인가요?
아닙니다. 교사를 받은 자가 승낙만 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았거나 아예 승낙하지 않은 경우에도 교사자는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됩니다(제31조 제2항·제3항).
공범 중 한 명만 합의하면 어떻게 되나요?
합의와 처벌불원의 효과는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평가됩니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이상 합의가 처벌 자체를 없애지는 않고, 각자의 가담 정도와 함께 양형에서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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