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를 빌려줬거나, 차를 태워줬거나, 옆에 있었을 뿐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형법은 가담의 형태를 공동정범·교사범·종범으로 나누고, 어디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형이 정범과 같아지기도 하고 반드시 감경되기도 합니다.
형법 총칙은 공범을 세 가지 형태로 나누고, 여기에 간접정범과 특수한 교사·방조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 가담 형태 | 처벌 |
|---|---|
| 공동정범 (형법 §30)감경 규정 없음 |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 |
| 교사범 (§31①) |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 |
| 종범(방조범) (§32)필요적 감경 | 종범으로 처벌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
| 간접정범 (§34①) |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 |
| 특수 교사·방조 (§34②) 자기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가중 | 교사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다액에 2분의 1까지 가중, 방조는 정범의 형 |
근거: 형법 제30조·제31조·제32조·제33조·제34조.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로 감경합니다(제55조 제1항 제3호).
형법 제32조 제1항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만 정하고 방조의 방법을 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범행에 손을 대지 않아도 정범의 실행을 쉽게 한 행위라면 방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도9500 판결은 방조행위에 정범의 실행행위 중의 방조뿐 아니라 실행의 착수 전에 장래의 범행을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방조범이 정범의 범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이거나 예견적인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고의가 내심의 사실이어서 직접 증거가 없을 때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고, 그 관련성은 정상적인 경험칙과 합리적 판단에 따라 따져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합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한다'여서, 종범으로 인정되면 감경이 의무입니다. 반면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만 정하고 감경 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에서도 공동정범이냐 종범이냐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판례는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그 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보아, 모든 실행행위를 직접 하지 않은 사람도 그 요건을 갖추면 정범으로 책임질 수 있다고 정리해 왔습니다.
정리하면 '얼마나 했는가'만이 아니라 '범행을 함께 지배했는가'가 기준입니다. 역할이 작아 보여도 계획과 분담의 한 축이었다면 공동정범이 될 수 있고, 관여가 커 보여도 정범의 범행을 돕는 위치에 그쳤다면 종범이 됩니다.
교사범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로,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합니다(형법 제31조 제1항). 그런데 시킨 대로 되지 않은 경우에도 교사자가 그대로 빠져나가지는 않습니다.
| 상황 | 처벌 |
|---|---|
|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에 착수해 죄를 범한 경우 (§31①) | 교사자를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 |
| 승낙했으나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 (§31②) |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 |
|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경우 (§31③) | 교사자에 대하여 제2항과 같이 처벌 |
근거: 형법 제31조 제1항~제3항.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규정은 그 죄에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있을 때 의미를 갖습니다(제28조).
업무상횡령이나 뇌물수수처럼 일정한 지위나 신분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가 있습니다. 이때 신분이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를 형법 제33조가 정하고 있습니다.
제33조 본문은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신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범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단서는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가담은 인정되더라도 신분자에게 적용되는 가중된 형까지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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