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가이드  ›  미수·예비·음모

끝까지 가지 않았는데도 처벌되는 구간이 있습니다

미수라는 말이 붙으면 형이 자동으로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언제부터 미수가 되는지(실행의 착수), 왜 그만두었는지(자의성), 그 죄에 미수 처벌 규정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현행 형법 기준2026년 검토약 5분

1. 법으로 정해진 형 (법정형)

형법은 실행에 착수한 뒤 완성되지 못한 경우를 세 갈래로 나누고, 착수 이전의 준비 단계는 원칙적으로 벌하지 않습니다.

구분처벌과 감경
장애미수 (형법 §25)임의적 감경미수범으로 처벌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중지미수 (§26)필요적 감면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불능미수 (§27)임의적 감면위험성이 있으면 처벌 형은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예비·음모 (§28)원칙 불벌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근거: 형법 제25조·제26조·제27조·제28조. 미수범을 처벌할 죄는 각칙의 해당 죄에서 정합니다(제29조) — 미수 처벌 규정이 없는 죄는 실행에 착수해도 미수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2. 출발점은 '언제 실행에 착수했는가'

미수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를 말합니다(형법 제25조 제1항). 그래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으면 미수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착수 전 단계는 예비에 그치고, 예비는 특별한 규정이 있을 때만 처벌됩니다(제28조).

대법원 1992. 9. 8. 선고 92도1650, 92감도80 판결은 절도죄의 실행 착수 시기를 재물에 대한 타인의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에 밀접한 행위를 개시한 때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야간이 아닌 주간에 절도 목적으로 남의 주거에 침입했더라도 아직 절취할 물건의 물색행위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주거침입죄만 성립할 뿐 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절도미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음먹었다거나 준비했다거나 현장에 갔다는 사정만으로 미수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떤 행위가 착수인지는 죄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 미수라고 해서 형이 반드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량입니다. 반면 중지미수(제26조)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로 되어 있어 감경 또는 면제가 의무입니다. 같은 미수라도 이 차이가 결과를 크게 갈라놓습니다.

3. 형량을 가르는 요소

  • 실행의 착수 여부착수가 인정되지 않으면 미수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예비 단계로 내려갑니다. ▽
  • 중지의 자의성스스로 그만둔 것으로 평가되면 감경 또는 면제가 의무가 됩니다. ▽
  • 결과에 얼마나 근접했는지기수에 가까울수록,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뻔했을수록 무겁게 평가됩니다. ▲
  • 위험성불능미수에서는 결과 발생이 불가능했어도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됩니다. ▲
  • 예비·음모 처벌 규정살인·강도 등 특별 규정이 있는 죄는 착수 전에도 별도로 처벌됩니다. ▲
  • 피해 회복·합의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와의 관계 정리는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

4. 스스로 그만둔 경우 — 중지미수의 '자의성'

형법 제26조는 범인이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자의로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자의로 방지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고 정합니다. 감경 또는 면제가 재량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에서 장애미수와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관건은 '자의'입니다.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957 판결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범죄의 실행행위를 중지한 경우로서 그 중지가 일반 사회통념상 장애에 의한 미수라고 보이는 경우가 아니어야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판결은 옷장에 불을 놓았다가 치솟는 불길에 놀라 불을 끈 사안에서, 치솟는 불길에 놀라거나 자신의 신체 안전에 대한 위해 또는 범행 발각 시의 처벌 등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중지미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무서워서 그만뒀다'는 대개 중지미수가 아닙니다겁이 나서, 들킬까 봐, 다칠까 봐 멈춘 경우는 위 판결의 기준으로는 사회통념상 장애에 해당해 장애미수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지미수를 주장하려면 외부의 방해 없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멈추었다는 점을 그 시점의 자료로 보여야 합니다.

5. 처음부터 결과가 날 수 없었던 경우 — 불능미수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고 정하면서, 다만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즉 애초에 결과가 날 수 없었던 사안이라도 곧바로 무죄가 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결과가 불가능했다는 점과 별개로 '위험성'이 있었는지를 다시 따집니다.

성범죄 영역에서 이 구조가 정면으로 문제된 예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더라도 행위 당시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준강간의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6. 착수 전인데도 처벌되는 죄 — 예비·음모

예비와 음모는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습니다(형법 제28조). 다만 개별 조문이 따로 정해 둔 죄에서는 실행에 착수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처벌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예비·음모 처벌 규정법정형
살인 예비·음모 (형법 §255) 제250조·제253조의 죄가 대상10년 이하 징역
강도 예비·음모 (§343)7년 이하 징역
강간·유사강간·준강간·강간등상해· 의제강간등 예비·음모 (§305의3)2020.5.19 시행3년 이하 징역

근거: 형법 제28조·제255조·제343조·제305조의3. 제305조의3은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9조(준강간죄에 한정한다), 제301조(강간등 상해죄에 한정한다) 및 제305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 교사가 실패한 경우도 예비·음모에 준해 처벌됩니다형법 제31조 제2항·제3항은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았거나 아예 승낙하지 않은 경우에도 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 죄에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있을 때 의미를 갖는 조항입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미수면 형이 절반으로 줄어드나요?
장애미수는 '감경할 수 있다'(형법 제25조 제2항)여서 감경 자체가 재량입니다. 법률상 감경을 하는 경우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로 감경합니다(제55조 제1항 제3호). 다만 감경을 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모든 죄에 미수범 처벌이 있나요?
아닙니다. 미수범을 처벌할 죄는 각칙의 해당 죄에서 정합니다(제29조). 미수 처벌 규정이 없는 죄는 실행에 착수했더라도 미수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준비만 하다가 적발됐습니다. 처벌되나요?
예비·음모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않습니다(제28조). 살인(제255조)·강도(제343조)·일정 성범죄(제305조의3)처럼 규정이 있는 죄라면 착수 전이라도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중지미수와 자수는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중지미수는 실행에 착수한 뒤 자의로 중지하거나 결과 발생을 방지한 경우로 감경 또는 면제가 의무입니다(제26조). 자수는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로 감경·면제가 재량입니다(제52조 제1항).
결과가 안 났으니 합의는 의미가 없지 않나요?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면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그대로 참작됩니다. 죄에 따라서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처벌 여부 자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행의 착수 시점은 누가 정하나요?
법률에 일률적인 정의가 없어 죄마다 판례로 정리돼 왔습니다. 절도죄에서는 절취할 물건의 물색행위를 시작했는지가 기준으로 제시된 예가 있습니다(대법원 92도1650, 92감도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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