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동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동의가 답해 준 것은 묶어도 되느냐까지였습니다.
입원 중인 치매 환자를 장시간 침대에 결박해 폐색전증에 이르게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대한 항소심입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기소된 50대 의사에게 1심과 같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 명령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의 항소는 기각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8월 3일부터 10일까지 인천의 한 병원에서, 뇌출혈과 치매를 앓던 70대 환자가 주치의의 관리 아래 신체 억제대로 결박됐습니다.
그 기간 154시간 가운데 96시간 동안 손목이나 발목이 침대에 묶여 있었습니다. 보호자가 자리를 비운 8월 5일 저녁부터 7일 오전까지는 39시간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이와 별도로 침대 난간에 테이블을 고정해 움직임을 막는 방식의 조치도 있었습니다.
주치의는 가족에게 억제대 사용 동의를 받은 뒤 별도의 처방이나 구체적 지시 없이 간호사와 요양보호사에게 결박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억제대를 사용할 때 요구되는 활력징후 확인과 체위 변경, 혈전 예방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8월 10일 오전 전신 청색증과 의식 소실 증상을 보였고 폐색전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안전을 위한 부득이하고 보편적인 의료 조치였다는 점, 테이블을 고정한 것은 신체를 직접 묶은 것이 아니라는 점, 회진과 간호팀을 통해 관리했다는 점, 환자의 기왕증과 약물로 인한 혈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항소심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업무상과실치상은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를 게을리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고의로 해친 것이 아니므로 법정형이 고의범보다 가볍고, 형의 종류로 금고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금고는 교도소에 가두되 노역을 부과하지 않는 형입니다. 과실범에 자주 선택되는데, 실무에서 갖는 무게는 징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집행유예가 붙었다는 것은 그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미뤄 둔다는 뜻이고, 그 기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집행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형을 올린 쪽은 결박이 이어진 시간과 그 결과입니다. 96시간이라는 총량, 그중 39시간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는 점, 그리고 폐색전증이라는 결과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내린 쪽은 고의가 아니라는 점, 의료 행위의 맥락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 피해가 회복된 사정입니다. 이 두 방향이 만나 금고형을 선택하되 집행을 유예하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항소심이 형을 그대로 둔 이유도 분명히 밝혀져 있습니다. 원심 선고 이후에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끝까지 붙잡은 것은 가족의 동의였습니다. 보호자가 억제대 사용에 동의했고, 그 동의 아래 이뤄진 조치이니 위법하지 않다는 구조입니다.
그 논리가 어디서 끊기는지가 이 판결의 전부입니다.
동의는 결박이라는 조치를 시작해도 되는지에 대한 답입니다. 그러나 결박을 시작한 순간부터 새로 생기는 의무가 따로 있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상태를 확인하고, 자세를 바꿔주고,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는 일입니다. 이 의무는 동의를 받았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박을 했기 때문에 비로소 생겨납니다.
그래서 결과가 정해진 시점을 찾으면 결박을 시작한 날이 아닙니다. 동의서를 받은 뒤 별도의 처방이나 지시 없이 현장에 맡겨 둔 그 지점입니다.
주치의가 처방과 지시로 관리 방식을 정해두지 않으면, 결박은 시작됐는데 그 뒤에 무엇을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를 정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지시를 이행하는 위치이지 의학적 판단의 주체가 아닙니다. 96시간과 39시간이라는 숫자는 그 공백이 시간으로 쌓인 결과입니다.
피고인이 회진과 간호팀을 통해 관리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같은 자리에서 판단됩니다. 관찰을 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그 관찰이 요구되는 주기와 내용대로 이뤄졌다는 것이 자료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남아 있는 것이 96시간이라는 총량뿐이라면 그 주장은 서기 어렵습니다.
테이블 고정을 두고 다툰 부분도 결론은 같은 방향입니다. 항소심은 침상에 테이블을 고정하면 환자가 몸을 일으키거나 뒤척이지 못하게 되어 직접 묶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빼더라도 직접 결박만 96시간에 이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다투는 항목 하나를 걷어내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 구조였다는 뜻입니다.
기왕증과 약물로 인한 혈전 가능성을 든 주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원인이 있었을 수 있다는 말은 자기 쪽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보인 다음에야 의미가 생깁니다.
의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조치는 동의를 받는 순간이 아니라 조치가 이어지는 동안 평가됩니다.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의 형량 구조, 금고형에 집행유예가 붙는 기준, 1심 형이 항소심에서 바뀌는 조건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2018년에 벌어진 일에 대한 항소심으로, 상고 여부에 따라 판단이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테이블 고정 조치의 지속 시간은 보도마다 서술 범위가 조금씩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