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이 일부 혐의를 무죄로 봤는데도 형은 1년 6개월 그대로였습니다. 무엇이 그 형을 지탱했는지가 이 사건의 전부입니다.
반도체 회사를 퇴사하고 중국 회사로 옮기려던 직원이 이미지센서반도체 공정 기술 관련 자료를 유출한 사건입니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고,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양쪽 항소를 다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제1부는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징역 1년 6개월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A씨는 중국 판매법인 상해사무소에서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2022년 2월, 중국 회사에 낼 이력서를 쓰기 위해 영업비밀 자료를 무단으로 빼냈습니다.
빼낸 방식은 두 가지였습니다. 자료 8개, 186장을 출력했고, 자료 170개, 5,900장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유출된 자료에는 이미지센서 공정 기술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1심은 2025년 10월에 선고했습니다. 다만 회사가 함께 문제 삼은 기술 하나에 대해서는, 그것이 법이 말하는 첨단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해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사는 무죄가 난 부분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2심은 두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세 개의 죄명이 걸려 있습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배임입니다. 하나의 행위가 여러 조문에 동시에 해당하는 구조입니다.
세 죄명이 노리는 것이 조금씩 다릅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국가가 지정한 산업기술을 지키려는 것이고, 부정경쟁방지법은 기업의 영업비밀을 지키려는 것이며, 업무상배임은 직원이 회사에 대해 지는 신임관계를 지키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자료를 빼내도 그 자료가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걸리는 조문의 조합이 달라집니다.
1심이 기술 하나를 첨단기술이 아니라고 본 것은 이 구조 때문입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적용되려면 그 기술이 법이 정한 산업기술에 해당해야 하고, 해당하지 않으면 그 조문으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자료가 영업비밀이거나 회사의 재산적 이익에 해당한다면 나머지 두 조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대법원이 판단한 것도 여기입니다. 원심이 산업기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고, 증거를 보는 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상고심은 사실을 다시 보지 않고 법 적용이 옳았는지만 봅니다.
이 사건에서 눈에 띄는 것은 1심이 일부를 무죄로 보고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그 형이 세 심급을 통과하며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혐의 하나가 빠졌으면 형도 그만큼 가벼워져야 할 것 같지만,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이 사건의 무게가 어느 기술 하나에 걸려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다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출력 186장에 촬영 5,900장, 자료 건수로는 178건입니다. 이 규모는 특정 기술 하나를 겨냥해 집어간 그림이 아니라, 손에 닿는 것을 폭넓게 쓸어담은 그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중 하나가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판단돼도 전체의 성격은 그대로 남습니다.
2심이 든 이유가 그 지점을 정확히 가리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중국 판매법인의 보안이 다소 소홀한 점을 이용했고, 범행의 경위와 수단, 방법에 비추어 죄질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가져갔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가져갔는지를 본 것입니다.
동기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력서를 쓰기 위해서였다는 것은 개인의 이직을 위해 회사의 축적을 옮긴 것이고, 그것도 국외 경쟁업체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1심이 기술 정보가 해외 경쟁업체로 유출되는 것을 가벼이 다루면 기업의 손해는 물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한 것은 이 사건의 형을 지탱한 축이 어디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이 사건의 형은 유출된 기술의 목록이 아니라 유출이라는 행위의 규모와 방식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목록에서 하나가 빠져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여러 조문이 함께 걸린 사건에서 혐의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것과 형이 가벼워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직 과정에서 자료를 가져간 사건은 영업비밀 관련 법률과 업무상배임이 함께 검토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형이 무겁다는 이유만으로는 대법원에서 다투기 어렵다는 점도 이 사건이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관련 기준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확정된 판결이라 더 다툴 심급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기술의 내용과 지정 여부에 따라 사건마다 달라지므로, 이 사건에서 특정 기술이 첨단기술이 아니라고 본 것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