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과태료 사전통지서를 손에 넣은 경로가, 이 사건의 성격을 바꿨습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이용을 두고 다툼이 있었던 상대방의 과태료 사전통지서를 유튜브에 공개한 30대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적용된 죄명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두 가지입니다. 1심 판단이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구의 한 주차장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뇌병변장애를 앓는 아이를 데리고 온 A씨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댔고, 피고인은 그 차량이 불법주차라고 봤습니다. 국가유공자 표지가 2017년 이후로는 쓸 수 없는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A씨는 유공자는 남편이고 아이가 장애인이라 주차가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차량 전면에는 '보호자 주차 가능'이라고 적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 표지가 놓여 있었고, 국가유공자 표지에도 2020년 발급이라는 사실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고인은 그대로 신고했고,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방송사 프로그램에 제보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인 지난해 12월 26일, 피고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그 방송을 반박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 사이 12월 22일, 피고인은 강동구청 장애인복지과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A씨와 차량 정보가 담긴 과태료 사전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통지서를 캡처해 영상으로 내보냈습니다. 영상에는 주차 위반 일시와 장소, 차량번호 뒤 세 자리, 자동차 표지 사진이 드러났습니다.
피고인의 신고로 A씨에게 발부됐던 10만원 과태료 사전통지서는 올해 1월 8일 취소됐습니다. 피고인은 그 다음 날인 1월 9일까지 통지서 캡처 화면을 모두 네 차례 올렸습니다.
두 개의 죄가 함께 선고됐습니다. 하나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입니다. 이렇게 별개의 죄를 한 재판에서 함께 처리하는 것을 경합범이라고 합니다. 형을 하나로 정하되 가장 무거운 죄의 형을 기준으로 가중하는 방식입니다.
재판부가 무겁게 본 것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전달 수단입니다. 재판부는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은 파급력이 매우 광범위하고 빠르기 때문에 사생활을 침해당한 사람은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구독자 30만 명이 넘는 채널이라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둘째, 횟수입니다. 한 번이 아니라 네 차례에 걸쳐 올렸습니다.
셋째, 동종 전력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미 유튜브를 통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저질러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경위와 내용, 수단과 방법, 횟수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반대로 유리하게 본 것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점, 영상에서 일부나마 피해자 정보를 가려 피해를 줄이려 한 점, 자신을 비난하는 방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이고 경솔하게 저질렀다는 점이었습니다.
동종 전력이 여러 차례 있는데도 집행유예가 나온 것은 이 세 가지가 받쳐준 결과로 보입니다.
주차구역을 두고 시비가 붙는 일은 흔합니다. 신고를 하는 것도, 그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그 자체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선이 넘어간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12월 22일, 피고인은 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렇게 받아낸 것이 A씨의 인적사항과 차량 정보가 담긴 과태료 사전통지서였습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사건의 성격이 바뀝니다. 그전까지는 주차가 적법했느냐를 두고 다투는 일이었습니다. 공적인 제도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고, 거기까지는 의견을 말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행정기관을 통해 상대방 개인의 서류를 확보하는 순간, 다투는 대상이 제도에서 사람으로 옮겨갑니다.
그 서류를 영상에 올리면서 남은 선택지도 사라집니다. 명예훼손은 표현의 내용을 두고 공공의 이익이 있었는지를 따져볼 여지가 있지만, 개인정보를 공개한 부분은 그 다툼의 여지가 훨씬 좁습니다. 통지서에 적힌 일시와 장소, 차량번호는 어떤 각도로 봐도 A씨 개인의 정보이지 제도에 관한 정보가 아닙니다.
그래서 재판부가 죄질을 판단할 때 나열한 요소들이 모두 그 뒤에 일어난 일입니다. 네 번 올렸다는 것도, 파급력이 컸다는 것도, 통지서가 취소된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는 것도 전부 12월 22일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공적인 문제를 말할 자유는, 그 문제에 얽힌 특정 개인의 서류를 공개할 자유까지 포함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 올린 글이나 영상으로 문제가 됐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위반) 쪽을 먼저 보시면 됩니다. 사실을 적었는데도 처벌되는 구조와 '비방할 목적'이 어떻게 판단되는지가 정리돼 있습니다.
상대방의 서류나 신상을 함께 올린 경우라면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이 따로 문제됩니다. 명예훼손과는 별개의 죄라서 두 개가 같이 걸립니다.
집행유예가 어떤 조건에서 붙고 기간 중에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는 집행유예에 정리돼 있습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형이 가볍다는 취지의 항소이므로 항소심에서 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