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심보도아시아경제 · 여성신문 · 매일신문 · 재경일보2026-09-24

이웃 살해·시신 훼손 대법원 확정, 징역 30년 — 법원이 이 형을 사실상 종신형으로 본 이유

검사는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법원은 유기징역의 맨 윗칸에 멈췄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그 30년을 무기징역과 다름없다고 적었습니다.

대법원2026-09-24징역 30년 확정

어떤 선고였나

이웃에 살던 80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하천변에 유기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습니다. 죄명은 살인, 시체손괴 및 유기, 그리고 스토킹처벌법 위반이었습니다.

검사는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1심은 징역 30년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그 형을 유지했으며, 대법원은 2026년 9월 24일 형을 달리할 사정변경이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2025년 10월 3일, 피고인은 이웃에 살던 80대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시신을 훼손해 하천변에 유기했습니다.

두 사람은 과거 사실상 인척 관계에 있던 사이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오인해 살해하고, 잔혹하게 손괴해 유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살인과 시체손괴 및 유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생명 존중과 망자에 대한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현재 고령이자 병약한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징역 30년은 실질적인 무기징역 선고와 다름없다고 봤습니다.

피고인은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반성문을 한 차례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양형은 어떤 구조로 정해졌을까요

세 죄명이 한 재판에서 함께 판단됐습니다.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죄를 한꺼번에 재판하면 경합범이 되고(형법 제37조), 형은 죄마다 따로 매겨지지 않고 하나로 합쳐 정해집니다(같은 법 제38조).

각 죄의 법정형은 이렇습니다.

  • 살인 —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법 제250조 제1항)
  • 시체손괴·유기 — 7년 이하의 징역(형법 제161조 제1항)
  • 스토킹범죄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1항)

폭이 압도적으로 넓은 것은 살인죄입니다. 사형에서 징역 5년까지가 한 조문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형을 정하는 일의 거의 전부는 이 폭 안에서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였습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유기징역의 칸입니다. 형법 제42조는 징역을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정합니다. 형을 가중하는 때에만 50년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즉 징역 30년은 가중을 거치지 않은 유기징역의 맨 윗칸입니다. 그보다 위로 가려면 가중 사유를 거치거나, 유기징역을 떠나 무기징역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검사가 구형한 것이 바로 그 넘어간 칸, 무기징역이었습니다. 법원은 넘어가지 않고 유기징역의 맨 윗칸에서 멈췄습니다.

감경 쪽은 비어 있었습니다. 반성은 형을 낮추는 방향으로 다뤄지는 대표적인 사정인데, 피고인은 세 심급을 지나는 동안 반성문을 한 장도 내지 않았습니다. 낮출 근거를 놓을 자리가 아예 채워지지 않은 것입니다.

무기징역 대신 30년을 고른 순간, 위아래로 움직일 칸이 사라졌습니다

형기는 숫자로 적히지만, 그 숫자를 사는 사람의 남은 시간은 각자 다릅니다. 20대에게 징역 30년과 70대 후반에게 징역 30년은 같은 문자열이고 같은 형기이지만, 형을 다 마치고 나올 날이 있느냐는 데서 갈라집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점을 판단 이유에 그대로 적었습니다. 피고인이 고령이고 병약한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징역 30년은 실질적인 무기징역 선고와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이 양형 구조에서 하는 일을 보면, 형의 종류를 바꾸지 않으면서 구형의 목적은 달성된다고 본 것입니다. 검사는 무기징역을 구했고 법원은 유기징역을 골랐지만, 이 피고인에게는 그 둘 사이의 실질적 간격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고령이 놓인 자리가 통상과 반대라는 점이 이 사건의 특징입니다. 나이와 건강은 보통 형을 깎는 쪽에서 언급됩니다. 수형 능력이나 재범 위험을 근거로 삼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는 그 사정이 형을 깎는 근거가 아니라, 유기징역의 상한으로 충분하다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같은 사정을 정반대 방향으로 읽은 것입니다.

그 판단이 서자 형은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게 됐습니다.

위로 올리려면 무기징역으로 종류를 바꾸거나 가중을 거쳐야 하는데, 30년이면 실질적으로 같다고 본 이상 올릴 이유가 남지 않습니다. 아래로 내리려면 반성이나 피해 회복 같은 감경 요소가 필요한데, 그 자리는 끝까지 비어 있었습니다. 위로 갈 이유도 없고 아래로 갈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세 심급이 같은 숫자를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형이 정해진 시점은 대법원이 아닙니다. 1심이 무기징역 대신 유기징역의 맨 윗칸을 적어내고, 항소심이 그 칸을 이 피고인에게는 무기징역과 같은 칸이라고 확인한 순간입니다. 상고심에 남은 일은 그 자리를 바꿀 사정변경이 생겼는지 보는 것뿐이었고, 생기지 않았습니다.

형기의 무게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살아낼 시간으로 정해집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여기부터 보세요

살인죄의 법정형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스토킹 혐의가 함께 걸릴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반성의 표시가 형량에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대법원이 형량을 다시 봐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한계

확정된 판결이라 더 다툴 심급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징역 30년이 무기징역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본 판단은 이 피고인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 붙은 것입니다. 같은 형기라도 피고인의 나이가 다르면 같은 논리가 서지 않으므로, 이 사건의 구조를 다른 사건에 그대로 옮겨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의 한계보도된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했고 판결문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양형이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관한 해설이며, 유무죄를 다시 따지는 글이 아닙니다.
참고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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