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을 넘긴 사실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평가 한 줄입니다.
국내 방산업체가 만든 잠수함 설계 도면 등을 정부 허가 없이 해외로 넘긴 혐의로 기소된 방산업체 대표에 대한 항소심입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6-2부는 대외무역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60대에게 1심이 선고한 징역 2년 6개월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람은 해군 중령 출신으로 방산업체를 운영하면서 어뢰 발사관 제작도면 등을 대만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핵심 기술의 유출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1심을 파기한 뒤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법은 대외무역법입니다. 기술유출 사건이라고 하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그 법들은 기업의 기술과 영업비밀을 지키는 쪽에 서 있습니다.
대외무역법은 결이 다릅니다. 국가가 국외로 나가는 것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고 정한 물품과 기술이 있고, 그것을 허가 없이 내보내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보호 대상이 특정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수출 통제 질서라는 뜻입니다.
이 차이가 양형에서 실제로 작동합니다. 회사의 기술을 빼돌린 사건이라면 그 기술이 회사에 어떤 손해를 입혔는지가 형의 축이 됩니다. 반면 수출 통제 위반 사건에서는 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것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내보냈는지가 축이 됩니다.
항소심이 형을 6개월 줄이면서 든 근거가 바로 그 축 위에 있습니다. 핵심 기술의 유출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넘어간 서류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대로 두고, 그 서류에 담긴 것이 통제가 겨냥한 수준의 것이었는지에 대해 1심과 다른 평가를 한 것입니다.
기술유출 사건에서 피고인이 가장 흔히 기대하는 방어는 넘긴 적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유형에서 그 주장이 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자료는 파일과 메일과 출력 기록으로 남고, 그 흔적은 사후에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 승부는 다음 칸에서 갈립니다. 넘어간 그것이 법이 통제하려던 대상에 해당하느냐, 그리고 해당한다면 어느 정도의 것이냐입니다.
이 사건에서 결과가 정해진 순간은 항소심 법정이 아니라, 넘어간 도면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자료가 기록에 어떻게 쌓여 있었는지에 있습니다. 항소심은 새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다르게 읽었습니다. 핵심 기술이 나갔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문장은, 그것을 확인해 줄 자료가 기록 안에서 충분한 무게를 갖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유출된 기술의 수준은 대개 감정이나 기관의 판단 자료로 정리되는데, 그 자료가 다루는 범위와 결론의 강도가 사건마다 다릅니다. 도면 전체인지 일부인지, 그것만으로 제작이 가능한 수준인지, 이미 공개된 정보와 얼마나 겹치는지가 갈라지는 자리입니다.
형이 6개월 줄었다는 것은 항소심이 이 사건을 다른 사건으로 본 것이 아니라, 같은 사건 안에서 무게가 실려 있던 부분 하나를 덜어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판단은 국외유출이라는 사실 자체를 가볍게 본 것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실형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수출 통제 위반 사건에서 형을 정하는 것은 자료가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자료가 통제 대상의 어느 층에 놓이는지입니다.
1심 형이 항소심에서 바뀌는 구조, 상급심에서 다툴 수 있는 범위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회사 자료가 문제된 사건에서 함께 걸리는 업무상배임의 기준도 같이 보시면 사건의 전체 구도를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사건은 상고 여부에 따라 판단이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1심과 항소심의 평가가 갈린 부분이 어느 자료를 두고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보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