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보도SBS Biz2026-09-24

카지노 1억원 이중 수령 항소심, 무죄 뒤집고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 같은 거래 내역을 1심과 반대로 읽었습니다

사실관계는 1심과 항소심이 같았습니다. 갈린 것은 그 사실을 무엇으로 읽느냐였습니다.

춘천지방법원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원심 무죄 파기)

어떤 선고였나

카지노에 맡긴 1억원을 이미 게임용 칩으로 바꿔 놓고, 직원의 착오로 같은 1억원을 현금으로 다시 받아 쓴 30대에 대한 항소심입니다.

춘천지방법원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사회봉사 80시간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4년 4월 강원 정선의 한 카지노에서 모두 3억6,800만원을 예치했습니다. 한 번에 맡긴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로 나누어 맡겼고, 그때마다 현금보관증을 발급받아 게임용 칩으로 바꿨습니다.

문제가 된 1억원짜리 현금보관증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됐습니다. 발급받은 지 3분 만에 전액을 칩으로 교환했습니다. 이 돈에 대한 정산은 그 시점에 끝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알지 못한 직원이 회사 보관용 현금보관증을 발견하고, 피고인에게 1억원을 현금으로 다시 지급했습니다. 돈을 받기 전 피고인은 스스로 "내 거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도 그 1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채무 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썼습니다.

카지노 측은 뒤늦게 착오를 알렸습니다. 다만 이때 확인 자료를 함께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3억6,800만원을 여러 차례 나눠 맡기고 현금보관증을 받아 칩으로 바꿔 온 점에 비추어, 1억원을 추가로 받을 당시 그것이 이미 정산된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카지노 측이 착오를 알리면서 확인 자료를 보내지 않은 점도 돈을 쓸 당시 횡령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으로 들었습니다.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2박 3일간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해 당시 정신이 몽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VIP 영업장이 매일 오전 6시에 문을 닫는 점 등을 들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8월 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약 7,700만원을 갚았습니다.

양형은 어떤 구조로 정해졌을까요

적용된 죄명은 업무상횡령이 아니라 단순횡령입니다. 남의 재물을 맡아 보관하는 사람이 그것을 자기 것처럼 처분했을 때 성립하고,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지위처럼 보관 자체가 업무인 경우에는 제356조로 올라가 10년 이하가 되지만, 이 사건은 그 유형이 아닙니다.

착오로 건네받은 돈에 횡령죄가 붙는 구조부터 한 번 짚고 갑니다. 받은 사람이 그 돈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의 것인 돈을 손에 쥔 보관자의 자리에 서게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가져갔느냐"가 아니라 "돌려줄 것을 자기 것처럼 써버렸느냐"가 됩니다. 길에서 주운 물건처럼 애초에 아무의 점유에도 있지 않던 물건을 가진 경우(점유이탈물횡령, 제360조로 1년 이하)와 법정형이 다섯 배 차이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선고형이 징역 1년으로 정해지자 집행유예가 가능한 구간에 들어옵니다. 집행유예는 선고형이 3년 이하의 징역·금고일 때만 법률상 가능하고(형법 제62조 제1항), 유예기간은 1년에서 5년 사이에서 법원이 정합니다. 사회봉사 80시간은 집행유예에 함께 붙일 수 있는 명령입니다(제62조의2).

올리는 쪽으로 재판부가 든 것은 네 가지입니다. 횡령한 금액이 고액이라는 점,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써버린 점, 이 일로 피해자 회사의 담당 직원이 큰 고초를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피해자 회사와 합의하지 못한 점입니다.

내리는 쪽은 두 가지입니다. 2025년 9월부터 2026년 8월 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약 7,700만원을 갚은 점, 재산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1억원 중 7,700만원이면 대부분을 갚은 것이지만 전부는 아니고,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자리에서 피해 회복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사건의 형은 그 절반쯤 남은 회복의 자리에 놓인 것으로 읽힙니다.

같은 거래 내역이, 1심에서는 착각의 근거였고 항소심에서는 인식의 근거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이 본 사실은 다르지 않습니다. 3억6,800만원을 여러 차례 나누어 맡긴 것도, 그때마다 현금보관증을 받아 칩으로 바꾼 것도, 직원이 착오로 1억원을 다시 내준 것도 양쪽이 같은 전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무죄와 유죄로 갈렸습니다.

갈린 지점은 하나입니다. 돈을 다시 받던 순간에 피고인이 그것이 이미 정산된 돈임을 알고 있었는가.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 — 돌려줄 것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 — 는 이 인식 위에 서 있습니다. 모르고 받아 모르고 썼다면 그 의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1심은 거래가 여러 건으로 쪼개져 있었다는 사정을 착각이 가능했던 이유로 읽었습니다. 몇 번을 맡기고 몇 번을 바꿨는지 스스로도 헷갈릴 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카지노가 착오를 알리면서 확인 자료를 보내지 않은 점이 더해졌습니다. 돈을 쓰던 시점까지도 자기 몫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지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항소심은 같은 거래 내역의 다른 면을 봤습니다. 쪼개져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쪼개진 건마다 예외 없이 같은 동작이 반복됐다는 사실입니다. 현금보관증을 받으면 곧바로 전액을 칩으로 바꿨습니다. 문제가 된 1억원도 마찬가지여서, 발급에서 교환까지 3분이었습니다.

그 3분이 이 사건의 결론을 이미 정해 놓은 시점입니다. 3분 만에 전액을 바꾸는 사람에게 그 1억원의 행방은 기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몸에 붙은 순서입니다. 여러 건이었다는 사정이 착각의 근거가 되려면 건마다 처리가 들쭉날쭉했어야 하는데, 실제 명세는 정반대였습니다. 1심이 복잡함으로 읽은 것을 항소심은 일관성으로 읽었고, 그 순간 "몰랐다"는 설명이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돈을 받기 전 피고인이 스스로 남긴 "내 거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말은 나중에 재구성한 진술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알았다고 자백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순간 자기 몫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보여줍니다. 그러고도 받아서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썼다면, 남은 것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처분의 문제입니다.

잠을 못 자 정신이 몽롱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컨디션을 직접 따진 것이 아니라 VIP 영업장이 매일 오전 6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주관적 상태를 다투는 주장은 대개 이렇게 외부에서 확인되는 사실에 부딪혀 무너집니다.

정리하면 이 사건에서 뒤집힌 것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을 읽는 방법입니다. 1심은 피고인이 처했던 상황의 복잡성에서 출발했고, 항소심은 그 상황에서 피고인이 실제로 한 행동의 규칙성에서 출발했습니다.

몰랐다는 항변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그때 그 사람이 남긴 기록으로 판단됩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여기부터 보세요

횡령죄의 법정형과 불법영득의사가 실제로 어떻게 다투어지는지는 아래 횡령 편에 정리돼 있습니다. 착오로 받은 돈, 주운 물건, 관리자가 있는 장소에 놓인 물건이 각각 다른 죄명으로 갈리는 구조는 점유이탈물횡령 편에서 확인하세요. 같은 횡령이라도 보관이 업무 자체인 경우 법정형과 공소시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업무상횡령 편에, 징역형이 실형과 집행유예로 갈리는 요건과 사회봉사명령이 붙는 근거는 집행유예 편에 있습니다.

한계

상고 여부는 보도에 나와 있지 않아 이 판결이 확정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1심 판결의 이유는 항소심 결과를 전하는 보도 안에서 요약된 범위까지만 확인됩니다. 두 심급이 같은 증거를 어떻게 나누어 평가했는지는 판결문을 보아야 온전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 글의 한계상고심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도된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했고 판결문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양형이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관한 해설이며, 유무죄를 다시 따지는 글이 아닙니다.
참고한 보도
SBS Biz · 2026-09-24 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