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죄로 두 번 처벌받고 세 번째였습니다. 그런데도 집행은 유예됐습니다. 전과는 개수로 세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이별을 통보한 전 연인에게 나흘 동안 180여 차례 연락하고 여러 차례 뒤를 따라다닌 50대에 대한 1심입니다.
울산지방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에게는 같은 죄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6년 3월 전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뒤, 피해자가 있는 곳을 찾아가거나 그 주변을 서성이는 방식으로 모두 5차례 뒤를 따라다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연락도 이어졌습니다.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나흘 동안 88차례 전화를 걸었고,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로 97차례 연락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고 보도됐습니다.
피고인은 과거에도 두 차례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그 가족이 상당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으로 상당 기간 구금됐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은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한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로 올라갑니다. 이 사건은 그런 사정이 보도되지 않았으니 제1항의 범위, 즉 상한이 징역 3년인 구간에서 형이 정해진 셈입니다.
여기서 재판부가 내린 판단은 실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형의 종류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정한 형의 집행을 유예할 것인가입니다. 두 판단은 층이 다르고, 근거도 다릅니다.
첫 번째 층에서는 벌금형이 배제됐습니다. 제18조 제1항은 징역과 벌금을 나란히 두고 있어 벌금으로 끝나는 스토킹 사건도 적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징역형이 선택된 이유는 재판부가 밝힌 판단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동종 전과 두 번, 나흘에 180여 차례라는 연락의 밀도,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한 뒤에도 계속됐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불안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층이 집행유예입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경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참작 사유로 든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상당 기간 구금됐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이 가운데 합의가 놓인 자리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토킹범죄는 예전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였습니다. 그 조항이 2023년 7월 개정으로 삭제됐고, 지금 제18조 제3항 자리에는 "삭제"라는 글자만 남아 있습니다. 합의가 사건을 끝내는 열쇠였던 구조가 사라진 것입니다. 지금 합의는 처벌 여부가 아니라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만 작동합니다. 이 사건의 합의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쪽에서 등장한 것은 그 변화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구금 기간도 마찬가지로 이 층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형법 제57조 제1항은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전부를 유기징역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형이 선고됐다면 이미 갇혀 있던 기간이 8개월에서 그대로 깎였을 것입니다. 반대로 집행을 유예하면 산입될 형 자체가 없어 그 기간은 형으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재판부가 구금 기간을 양형 사유로 따로 든 것은 그래서입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은 명확합니다. 같은 죄로 두 번 처벌받고 세 번째인데 왜 실형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답은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에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붙일 수 없는 경우를 이 단서가 따로 정해두고 있는데, 그 기준은 전과의 개수가 아닙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저지른 죄여야 막힙니다. 바꿔 말하면 앞선 전과가 벌금형이었거나, 금고 이상이었더라도 그 3년의 창이 이미 지나 있었다면 집행유예의 문은 법적으로 닫히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 단서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전과가 두 번이든 세 번이든, 그 문이 열려 있는지는 이번 범행 이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2026년 3월 이별 통보를 받고 전화기를 든 순간이 아니라, 앞선 두 사건이 어떤 형으로 마무리되고 그로부터 몇 해가 흘렀는지가 정해진 그 시점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구조는 이렇게 읽힙니다. 동종 전과 두 번과 180여 차례라는 반복성은 벌금으로 끝날 사건을 징역형으로 밀어올리는 데 전부 쓰였습니다. 그것으로 그 요소들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그 다음 층, 집행을 유예할 것인지의 판단에서는 그 문이 애초에 열려 있었고, 열려 있는 문 앞에 구금 기간과 합의가 놓였습니다.
이 구조를 모르면 결론이 거꾸로 보입니다. 전과가 많으니 당연히 실형이겠거니 하다가 집행유예가 나오면 납득이 안 되고, 반대로 합의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징역형이 선고되면 그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두 판단은 애초에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다만 열려 있던 문이 다음에도 열려 있지는 않습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징역 8개월이라는 금고 이상의 형이 남고, 집행유예 기간 2년 동안 그 단서가 정면으로 작동합니다. 이 기간에 다시 같은 일이 생기면 집행유예를 붙일 수 있는지부터가 달라지고, 유예됐던 8개월이 되살아나는 문제까지 함께 걸립니다.
전과는 개수로 세어지지 않습니다. 하나하나가 어떤 형으로 끝났는지로 남습니다.
스토킹범죄가 어떤 행위부터 성립하고 벌금과 징역이 어디에서 갈리는지, 수사 단계부터 함께 걸리는 접근금지·잠정조치가 무엇인지는 아래 스토킹 편에 정리돼 있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기준, 집행유예를 붙일 수 없는 경우는 집행유예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헤어진 상대와의 문제가 스토킹 외에 어떤 죄명으로 갈라지는지는 교제폭력 편을 함께 보시면 사건의 전체 윤곽이 잡힙니다.
1심 판단이고 상소 여부는 보도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앞선 두 차례 전과가 어떤 형으로 끝났는지, 언제 확정됐는지는 보도에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상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은 결론에서 역으로 확인되지만, 그 전과가 벌금형이었는지 금고 이상이었는지까지는 이 사건 보도만으로 특정되지 않습니다. 구금 기간의 길이, 보호관찰이나 수강명령이 함께 붙었는지도 보도된 범위 밖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