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숨진 사건인데 형은 가벼워졌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다른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요양원 입소자에게 잘게 자르지 않은 반찬을 내준 요양보호사가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항소심은 이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자유형에서 재산형으로, 형의 종류 자체가 바뀐 선고입니다.
지난해 5월 13일 오전 7시 30분경, 인천의 한 요양원이었습니다. 70세 요양보호사 A씨는 70대 여성 입소자 B씨에게 음식물을 잘게 자르지 않은 상태로 아침 식사를 제공한 뒤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B씨는 혼자 식사하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혔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폐렴으로 숨졌습니다.
A씨는 반찬이 잘려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가위를 가지러 갔습니다. 가위를 가져오기까지 4분이 걸렸고, 그 사이 B씨가 반찬을 먹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금고는 징역과 달리 노역을 시키지 않는 자유형인데, 과실범에 주로 쓰입니다. 고의로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는 판단이 형의 종류에 반영된 것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조문이 자유형과 벌금형을 나란히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판부는 금고를 고를 수도, 벌금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형종 선택이라고 합니다. 형량을 얼마로 할지 정하기 전에, 어떤 종류의 형을 쓸지부터 정한다는 뜻입니다.
1심은 금고형을 골랐습니다. 6개월을 정한 뒤 집행유예 2년을 붙였습니다.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정해진 기간 동안 사고 없이 지내면 그 형을 집행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수감되지는 않지만 전과는 남고, 유예 기간 중 다른 죄를 지으면 유예가 취소돼 원래 형이 집행됩니다.
항소심은 형종 자체를 바꿨습니다. 금고형이 아니라 벌금형을 골랐고, 액수를 700만원으로 정했습니다. 재판부가 든 이유는 하나입니다. A씨가 반찬이 잘려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4분 만에 가위를 가져왔고 그 사이 B씨가 반찬을 먹었으므로,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비교적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결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습니다. 사람이 숨졌습니다. 1심에서도 항소심에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형은 자유형에서 재산형으로 내려갔습니다.
과실범의 양형이 어디서 정해지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과실범은 결과를 원한 사람이 아닙니다.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났는데도 처벌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마땅히 기울였어야 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형의 무게는 결과가 얼마나 무거운지가 아니라, 주의를 얼마나 저버렸는지에서 나옵니다.
A씨의 행동을 시간순으로 놓아 보면 이렇습니다. 자르지 않은 반찬을 내줬고, 자리를 비웠고, 잘려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가위를 가지러 갔습니다. 마지막 두 행동이 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주의의무를 아예 인식하지 못한 사람과, 인식하고 시정하러 움직였는데 그 사이에 결과가 난 사람은 다릅니다. 앞의 사람에게는 주의의무 위반이 통째로 남아 있지만, 뒤의 사람에게는 4분이라는 시간만 남습니다. 항소심이 "위반 정도가 비교적 크지 않다"고 한 것은 이 차이를 말한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A씨의 형이 정해진 시점은 B씨가 숨진 때가 아니라 A씨가 가위를 가지러 일어선 때입니다. 그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방치한 사건"이 아니라 "늦은 사건"이 됐고, 형종이 갈렸습니다.
같은 결과라도 형은 결과의 무게가 아니라 주의를 저버린 정도에서 정해집니다.
돌봄·의료·시설 현장의 사고는 결과가 무거워도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에서 형이 갈립니다. 1심 형이 무겁다고 판단되면 형종 자체를 다투는 것도 방법입니다. 관련 기준은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항소심 선고이므로 상고심이 남아 있습니다. 상고 여부에 따라 이 판단이 확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