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고, 같은 1심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결과는 두 갈래로 갈렸고,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사고 당시의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차량 뒷좌석에 잠들어 있던 사람을 보지 못한 채 기계식 주차장에 차를 입고해 추락사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대법원 제2부는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오피스텔 관리소장과 입주민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관리소장에게 벌금 1천만원, 입주민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월 16일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대리기사가 입주민 C씨의 차량을 운전해 와 C씨의 요청에 따라 기계식 주차장 승강기에 차를 세우고 대리비를 받은 뒤 떠났습니다. C씨는 차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 주차장에 온 다른 입주민 B씨가 차 안을 살폈지만 짙은 선팅 때문에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고, 경비실에 알린 뒤 입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경비원은 별도의 현장 확인 없이 이를 허용했습니다.
차량은 15층 높이에 주차됐습니다. 한 시간쯤 뒤 잠에서 깬 C씨가 차 문을 열고 내리다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경비원과 관리소장, 입고 버튼을 누른 입주민 B씨가 함께 기소됐습니다. 1심은 관리소장과 경비원에게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입주민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경비원은 항소하지 않아 그 판결이 확정됐고, 관리소장과 입주민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은 유죄 판단은 유지하면서 형이 무겁다고 보아 관리소장에게 벌금 1천만원, 입주민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두 사람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는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를 게을리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입니다. 이 사건에서 다툰 것은 사망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각자에게 그 결과를 막을 주의의무가 있었는지였습니다.
세 사람의 위치가 서로 다릅니다. 경비원은 입고를 허용하는 최종 확인 위치에 있었고, 관리소장은 그 경비원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었으며, 입주민은 업무로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버튼을 누른 사람입니다.
1심은 세 사람 모두에게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두 사람에게는 금고형에 집행유예를, 입주민에게는 벌금을 선고해 이미 한 차례 층을 나눈 셈입니다.
항소심은 그 유죄 판단을 그대로 두면서 형만 낮췄습니다. 근거는 세 가지였습니다.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사고 발생에 피해자 측 사정도 있다는 것, 그리고 입주민은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이려 한 정황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를 잘못 본 부분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법리를 다투는 곳이지 형이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다시 정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종 결과의 모양입니다.
경비원은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습니다. 관리소장은 벌금 1천만원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1심에서 두 사람은 같은 형을 받았습니다. 사고 당시 경비원이 관리소장보다 더 무거운 잘못을 했기 때문에 결과가 갈린 것이 아닙니다.
갈린 지점은 판결 이후입니다. 한 사람은 항소했고, 한 사람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작동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항소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 대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됩니다. 항소심이 다른 피고인의 형을 낮췄다고 해서 확정된 판결까지 함께 내려가지 않습니다. 둘째,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불복해서 다퉜다는 이유로 더 불리해지는 일이 없도록 마련된 원칙입니다.
두 규칙을 겹쳐 놓으면 이 사건의 구조가 보입니다. 항소한 쪽은 형이 내려갈 가능성만 있고 올라갈 위험은 없었습니다. 항소하지 않은 쪽은 그 가능성 자체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정해진 순간을 찾으면 주차장이 아닙니다. 1심 판결문을 받아 들고 항소 기간 안에 항소할지 정하던 그 며칠입니다.
물론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항소심이 형을 낮출지 그대로 둘지는 열어봐야 아는 일이고, 항소한다고 늘 내려가지도 않습니다. 다만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만 항소하는 경우, 형의 방향은 한쪽으로만 열려 있습니다. 이 구조를 알고 판단했는지가 이 사건에서는 결과의 차이로 남았습니다.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입주민 B씨는 업무로 그 일을 한 사람이 아닌데도 과실이 인정됐습니다. 차 안을 살피기는 했지만 선팅 때문에 보지 못했고, 경비실에 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버튼을 누른 이상 그 행위에 따르는 주의의무를 진다고 본 것입니다. 항소심이 나름대로 노력한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로 가지 않고 벌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데 그친 것이 그 판단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여러 사람이 얽힌 사고에서 형을 가르는 것은 그날의 역할만이 아니라, 판결을 받은 뒤에 각자가 한 선택입니다.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람이 사망한 경우의 형량 구조, 항소로 형이 바뀌는 조건과 상고심에서 다툴 수 있는 범위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확정 판결이지만 세 피고인의 과실 내용이 각각 어떻게 특정됐는지는 보도만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항소심이 언급한 피해자 측 사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