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방에서 같은 일을 했는데 한 사람은 교도소로 갔고 한 사람은 집으로 갔습니다. 그 차이는 이 사건 안에 없었습니다.
모텔에 투숙객으로 들어가 객실 컴퓨터를 분해하고 부품을 빼내 간 두 사람에 대한 1심입니다.
대전지방법원은 특수절도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을, 함께 기소된 40대 여성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항소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부부이며, 2026년 2월 대전과 서울, 인천의 모텔 객실을 예약한 뒤 미리 준비한 공구로 객실에 설치된 컴퓨터를 분해해 그래픽카드와 메모리카드, 키보드 등을 빼냈습니다. 여섯 차례에 걸쳐 800만원 상당의 부품을 가져갔고, 되팔아 돈을 마련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남성은 이와 별도로 편의점 등에서 여러 차례 담배를 훔친 혐의, 그리고 온라인 게임 계정을 팔겠다고 속여 1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습니다.
재판부는 남성에 대해 범행 횟수가 많고 수법도 다양하며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일부 절도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변상한 뒤 합의한 점을 유리하게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여성에 대해서는 범행 횟수와 수법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하면서도, 사기죄로 벌금 100만원을 받은 것 외에 별다른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물건을 훔쳤다면 단순 절도가 아니라 특수절도가 됩니다. 두 명 이상이 합동해서 훔친 경우가 여기 들어가고, 법정형이 단순 절도보다 무겁습니다. 여기에 잠긴 것을 부수거나 도구를 써서 들어간 경우도 같은 조문에 놓입니다.
이 사건은 객실을 정상적으로 예약해 들어갔지만 미리 챙겨 간 공구로 컴퓨터를 분해했습니다. 준비한 도구가 등장하는 순간 우발적 범행이라는 설명이 서기 어려워지고, 계획성이 양형에서 위로 작용합니다.
절도는 여러 번이면 그만큼 죄가 여러 개 섭니다. 여섯 번의 절도는 여섯 개의 죄이고, 여기에 남성의 별건 절도와 사기가 더해져 한 재판에서 함께 선고됐습니다. 이렇게 여러 죄를 한꺼번에 선고하는 것을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형을 단순히 더하지는 않지만 가장 무거운 죄의 형을 기준으로 그 절반까지 올릴 수 있는 구조여서 죄의 개수가 형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내리는 쪽에는 두 가지가 놓였습니다. 범행을 다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 일부와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절도는 합의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죄는 아니지만, 피해가 회복됐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비중이 큽니다.
이 사건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결과의 차이입니다. 같은 방에서 같은 도구로 같은 일을 여섯 번 한 두 사람인데, 한쪽은 실형이고 한쪽은 집행유예입니다.
공범이라고 해서 같은 형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형은 죄에 붙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붙습니다. 같은 범행에 가담했더라도 각자의 전력과 그 사건 밖의 사정이 따로 계산됩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결과가 갈린 순간을 찾으면 모텔 안이 아닙니다. 두 사람의 기록이 나뉘어 있던 지점, 즉 재판에 올라온 사건의 범위와 그 이전의 전력입니다.
남성에게는 세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첫째, 이 사건 말고도 편의점 담배 절도가 여러 건 함께 올라와 있었습니다. 둘째, 게임 계정 사기가 별개의 죄로 붙었습니다. 액수는 10만원이지만 죄의 개수는 하나 늘어납니다. 셋째, 같은 종류의 범죄로 이미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동종 전력은 절도 사건에서 특히 무겁게 읽힙니다. 한 번 처벌을 받고도 같은 유형의 범행으로 다시 법정에 섰다는 사실은, 재범의 위험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직접 닿기 때문입니다. 집행유예를 붙일지 말지를 정할 때 법원이 가장 먼저 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여성 쪽은 이 세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이 사건 범행 자체는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평가받았지만, 그 바깥에 붙은 것이 없었고 전력도 종류가 다른 벌금형 하나였습니다. 같은 여섯 번을 두고도 형의 종류가 달라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항소했으니 이 구도가 항소심에서 어떻게 정리되는지는 다시 볼 부분입니다. 다만 공범 사이에서 형이 갈리는 사건의 대부분은 이 사건처럼 재판정 안이 아니라 각자가 들고 들어온 기록에서 갈립니다.
같이 저지른 범행에서 형을 나누는 것은 그날의 역할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오기까지 쌓아 둔 것입니다.
여럿이 함께한 절도가 왜 더 무겁게 다뤄지는지, 단순 절도와 무엇이 다른지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별건으로 붙은 사기가 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실형과 집행유예가 갈리는 기준도 함께 보시면 이 사건의 구조가 선명해집니다.
두 사람 모두 1심에 불복해 항소했으므로 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 회복이 여섯 건 중 몇 건에 대해 이뤄졌는지, 두 사람의 가담 정도에 차이가 있었는지는 보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