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심보도머니투데이2026-09-23

교제 살인·시신 은닉 대법원 확정, 징역 30년 — 양형을 다툴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도 형은 그대로였습니다

징역 30년은 상고심에서 양형을 따져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간입니다. 그런데도 형은 세 심급을 지나는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제1부징역 30년 확정

어떤 선고였나

교제하던 상대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고, 피해자 명의로 약 8,800만원의 대출을 받아 가로챈 사건입니다. 죄명은 살인, 시체유기, 컴퓨터등이용사기 세 가지였습니다.

1심이 징역 30년을 선고했고 2심이 그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 제1부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아 징역 30년을 확정했습니다.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2024년 10월 21일, 피고인은 한 빌라에서 교제하던 피해자와 주식 문제로 다투다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유기했습니다.

그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로 약 8,800만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범행은 약 1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 가족이 연락해 오면 피해자의 메신저로 대신 답했고, 빌라 월세도 계속 납부했습니다.

2025년 9월, 피해자의 동생이 실종 의심 신고를 하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오랫동안 직접 만나지 않은 채 메신저로만 연락이 오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 단서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뒤 약 11개월 동안 시신을 차디찬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마지막까지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양형은 어떤 구조로 정해졌을까요

세 죄명이 한 재판에서 함께 선고됐습니다. 별개의 범행 세 개를 한꺼번에 판단하는 구조여서, 형은 각각 따로 매겨지지 않고 하나로 합쳐 정해집니다.

여기서 먼저 봐야 할 것이 유기징역의 상한입니다. 우리 형법은 유기징역을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정해 두고, 형을 가중할 때만 50년까지 올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형법 제42조). 즉 징역 30년은 가중하지 않은 유기징역의 맨 윗칸입니다. 그 위로 올라가려면 가중 사유를 거치거나 무기징역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형법 제250조 제1항). 폭이 대단히 넓습니다. 이 폭 안에서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를 정하는 것이 1심의 일이고, 그 자리를 다시 점검하는 것이 항소심의 일입니다.

1심은 유기징역의 맨 윗칸을 골랐습니다. 이유로 든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살해 자체가 아니라 살해 이후의 11개월 — 시신을 냉장 보관하며 존엄성을 훼손한 기간, 그리고 그동안 가족의 연락에 대신 답하며 범행을 덮은 정황입니다. 여기에 피해 회복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감경 요소의 자리를 비웠습니다.

2심은 이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대법원도 원심을 깨지 않았습니다.

1심이 30년을 적어낸 순간, 대법원에서 다툴 폭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상고심은 형이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다시 재는 곳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법 적용이 잘못됐는지만 봅니다. 그래서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만으로는 대법원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해,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상고이유로 인정합니다. 무거운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을 다툴 문을 열어 둔 것입니다.

이 사건은 그 문이 열려 있는 쪽이었습니다. 징역 30년이니 10년 이상 요건은 가뿐히 넘습니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형사사건 전체로 보면 드문 구간입니다.

그런데 문이 열렸다는 것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형이 무겁다는 것이 아니라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입니다. 웬만큼 무겁다로는 모자라고, 원심이 정한 형이 재량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쓴 문장이 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범행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30년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 이것이 판단의 전부입니다.

읽어 보면 대법원이 형량을 새로 계산한 흔적이 없습니다. 원심이 고려해야 할 사정들을 고려했는지를 훑고, 그 결과가 테두리 안에 있는지만 확인했습니다. 형을 다시 매기지 않고 원심이 매긴 형을 검산한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 사건의 형이 정해진 시점은 상고심이 아닙니다. 1심이 살해 이후의 11개월을 형의 중심에 놓고 유기징역의 맨 윗칸을 적어낸 순간입니다. 2심이 그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그 자리는 굳었고, 상고심에 남은 일은 그 자리가 테두리 밖으로 나갔는지를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양형을 뒤집으려는 싸움은 사실심에서 끝납니다. 상고심은 형이 무거운지를 보는 곳이 아니라, 원심이 형을 정할 권한을 벗어났는지를 보는 곳입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여기부터 보세요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다툴 수 있는 심급이 어디까지인지, 항소심과 상고심이 각각 무엇을 보는지를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은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사건에 걸린 죄명별 기준과 함께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한계

확정된 판결이라 더 다툴 심급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양형부당이 상고이유로 검토될 수 있었던 것은 선고형이 징역 30년이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그 문 자체가 열리지 않으므로, 이 사건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글의 한계보도된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했고 판결문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양형이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관한 해설이며, 유무죄를 다시 따지는 글이 아닙니다.
참고한 보도
머니투데이 · 2026-09-23 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