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조문을 먼저 찾으면 길이 막힙니다. 얼굴이 찍힌 것과 형벌이 붙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고깃집에서 자녀와 식사하던 손님이, 옆 테이블 유튜버의 실시간 방송 화면에 자신과 아이의 얼굴이 그대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여러 매체에 보도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손님이 식당에 항의했을 때 매니저는 안 보이는 쪽을 찍는다고 답했고, 방송 화면에 실제로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확인해 다시 항의하자 유튜버가 사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형사 절차가 시작됐다는 보도는 없습니다. 고소가 있었다는 보도도 없습니다. 보도에도 유튜버의 이름이나 채널, 식당 상호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법이 작동하고 어떤 법은 작동하지 않는지를 정리한 것이며, 특정 유튜버나 식당의 책임을 판단하는 글이 아닙니다.
기사는 "초상권 침해"라는 한 단어로 이 상황을 묶습니다. 그런데 초상권 침해라는 이름의 죄는 없습니다. 형법에도, 개별 특별법에도 초상권 침해 자체를 처벌하는 조문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 사안은 성격이 다른 두 축으로 갈라집니다. 하나는 민사입니다. 초상권은 인격권이고, 침해되면 손해배상이나 침해의 정지를 구하는 문제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형사입니다. 형벌이 붙으려면 별도의 죄가 그 요건을 스스로 갖춰야 합니다.
기사가 설명하지 않는 것은 이 둘이 같은 선 위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민사에서 위법하다고 평가되는 촬영이 형사에서는 어느 조문에도 걸리지 않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이 사안에서 문제되는 것이 바로 그 어긋남입니다.
먼저 민사 쪽입니다. 대법원은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에서, 사람이 자신의 얼굴이나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며 이 초상권도 헌법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보험회사 직원이 후유장해 정도를 확인할 목적으로 소송 상대방을 미행하며 몰래 촬영한 사안이었습니다.
같은 판결이 이 유형에서 가장 흔한 반박을 미리 막아 둡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했다는 사유만으로는 촬영과 공표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민사소송의 증거를 모으기 위한 촬영이었다는 사정도 그 자체로는 정당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식당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 사실이 옆 테이블 사람을 찍어 내보내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촬영이 곧바로 위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판결은 위법성을 이익형량으로 판단하라고 합니다. 침해하는 쪽에서는 그 촬영으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촬영의 필요성과 효과성,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봅니다. 침해받는 쪽에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그 이익의 보호가치를 봅니다. 그리고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렇게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용어를 하나 풀겠습니다. 위법성 조각이란, 형식적으로는 남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인데도 법질서 전체에서 보면 위법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 형사 쪽입니다. 무단 촬영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문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입니다.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길이 막힙니다. 이 조문은 사람을 찍었는지를 묻지 않고, 무엇을 찍었는지를 묻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의 얼굴은 조문이 적어 둔 그 신체가 아닙니다. 의사에 반해 찍힌 것이 분명하고 몰래 찍혔더라도, 객체 요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제14조 제1항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촬영물을 퍼뜨린 행위를 처벌하는 제2항도 그 대상이 제1항에 따른 촬영물이므로 함께 막힙니다.
이 조문이 적용되는 영역 안에서 어느 항에 걸리는지가 다퉈지는 사건은 성격이 다릅니다. AI 안경 무단 촬영·유포 수사는 촬영에 신체 민감 부위가 담겼는지에 따라 조문이 갈리는 사안이었습니다. 이 사안은 그보다 한 단계 앞에서, 조문 자체가 닿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형사로 갈 길이 아예 없는가. 있기는 하지만 전부 다른 요건을 요구합니다.
모욕은 형법 제311조입니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얼굴이 화면에 담겼다는 사실만으로는 모욕이 되지 않습니다. 경멸적 감정을 드러낸 표현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방송 중에 옆 테이블 손님을 조롱하는 말이 붙었다면 그때부터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명예훼손은 형법 제307조입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사실의 적시입니다. 적시란 어떤 구체적 사실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화면에 얼굴이 담긴 것은 그 자체로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닙니다.
형벌은 아니지만 촬영 자체를 직접 규율하는 조문도 하나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의2는 업무를 목적으로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운영하려는 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이나 그 사람과 관련된 사물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해 촬영하는 경우에도 불빛·소리·안내판 같은 수단으로 촬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알리도록 합니다. 벽에 고정된 폐쇄회로 카메라를 다루는 제25조와 달리, 들고 다니며 찍는 기기를 따로 규율하기 위해 마련된 조문입니다. 다만 앞에 붙은 업무 목적이라는 문구 때문에, 개인 창작자의 촬영이 여기에 들어오는지가 먼저 다퉈집니다.
보도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대목은 유튜버가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을 가르는 자리는 예절이 아니라 이익형량입니다. 위에서 본 항목들을 이 상황에 대 보면 어느 칸이 비는지가 드러납니다.
먼저 촬영으로 달성하려는 이익입니다. 공적 관심사를 취재하는 촬영이라면 이 칸에 무게가 실립니다. 먹방이나 브이로그는 그 성격이 아닙니다. 사적인 수익 활동이라는 것만으로 위법해지지는 않지만, 남의 얼굴까지 담아야 할 이익이 크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집니다.
다음이 필요성과 보충성입니다. 옆 테이블 손님의 얼굴이 화면에 담겨야만 성립하는 방송은 사실상 없습니다. 카메라를 돌리거나 자리를 바꾸거나 얼굴을 가리면 방송의 목적은 그대로 달성됩니다. 덜 침해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쓰지 않았다면 이 칸도 비게 됩니다.
문제는 마지막 칸, 침해방법의 상당성입니다. 여기서 녹화와 생방송이 갈립니다.
녹화해 두었다가 올리는 영상에는 사후 구간이 있습니다. 찍을 때 주변 사람이 잡혔더라도 올리기 전에 지우거나 가릴 수 있습니다. 그 구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확보할 기회입니다. 항의를 받고 모자이크를 하면 침해가 공표 단계에서 멈춥니다.
생방송에는 그 구간이 없습니다. 촬영과 공표가 같은 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렌즈에 들어온 것이 그대로 나가고, 나간 뒤에는 고칠 대상이 남지 않습니다. 이 사안에서 유튜버가 사과했다고 보도됐지만, 사과 시점은 화면이 이미 나간 뒤입니다. 더구나 생방송 화면은 보는 쪽에서 녹화해 잘라 다시 올릴 수 있어서, 원본을 내려도 회수되지 않습니다. 보도에서 이 손님이 가장 걱정한 것도 영상이 저장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각도, 같은 손님, 같은 얼굴이어도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녹화였다면 올리기 전에 가릴 수 있었는데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 쟁점이 되고, 생방송이었다면 가릴 방법이 없는 상태로 카메라를 켰다는 점이 쟁점이 됩니다. 뒤쪽은 항의를 받은 뒤에 무엇을 했는지로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식당 쪽 응대도 이 축에서 따로 놓입니다. 촬영 주체는 유튜버이고, 식당이 촬영을 허락했거나 문제 없다고 답했다는 사정이 손님의 초상권을 대신 처분해 주지는 않습니다. 가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리할 책임과, 찍힌 사람이 자기 얼굴에 대해 갖는 권리는 각각 따로 움직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축을 다시 붙여 보겠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얼굴만 찍힌 경우에는 형벌 조문이 좀처럼 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되지는 않습니다. 형벌이 없다는 것은 국가가 벌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찍힌 사람이 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물음입니다.
처벌 조문이 없다는 사실은 권리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촬영을 처벌하는 조문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온라인에 올린 글이나 영상이 명예훼손이 되는 경계가 어디인지, 모욕죄가 요구하는 공연성과 경멸적 표현은 어떻게 판단되는지, 얼굴이 담긴 영상을 개인정보로 다룰 때 무엇이 문제되는지를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사실관계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옮긴 보도에 근거하며, 상대편의 설명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유튜버가 사과했다는 대목과 식당 매니저의 응대도 글쓴이의 전언으로 보도된 것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의2의 업무 목적이라는 요건에 개인 창작자의 촬영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는 정리된 기준이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위에서는 그런 조문이 있고 표시·고지 의무가 붙는다는 데까지만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