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보도머니투데이2026-09-08

수영장 4세 익사 1심, 베이비시터 선고유예 — 계약에 없던 일이 의무가 된 자리

계약서에는 데려다주는 것까지만 적혀 있었습니다. 법원도 그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책임은 남았습니다.

부산지방법원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어떤 선고였나

아파트 수영장에서 네 살 아이가 물에 빠져 숨진 사고에서, 아이를 데리고 간 베이비시터에 대한 1심입니다.

부산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20대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의 선고 자체를 미뤄 두는 처분입니다.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3년 2월 부산의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네 살이던 아이의 키는 109센티미터였고, 물놀이를 하던 곳은 수심이 120센티미터를 넘는 성인용 풀이었습니다. 아이는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기구가 수영장 사다리 아래쪽에 끼이면서 물속에 잠겼습니다.

베이비시터는 아이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보조기구를 채워준 뒤 수영장 안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함께 물놀이하던 다른 아이가 수영 강사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즉각적인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약 2분 44초 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다 사고 일주일 뒤 숨졌습니다.

재판에서 다툰 것은 강습 중인 아이를 살펴야 할 의무가 베이비시터에게 있었는지였습니다. 피고인 측은 자신의 업무가 아이를 수영강습에 데려다주는 데 그쳤고, 강습 중에 아이를 관찰하고 보호하는 것은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수영 강사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수영장 안전관리 책임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양형은 어떤 구조로 정해졌을까요

업무상과실치사는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를 게을리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입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결과가 아니라 그 앞 단계, 즉 이 사람에게 주의의무가 있었느냐였습니다.

재판부는 계약상 의무에는 강습 중 관찰과 보호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보호자가 통학을 부탁하면서 강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도록 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여기까지는 피고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그런데도 책임이 인정된 근거는 조리상 주의의무였습니다. 계약이나 법령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그 상황에서 마땅히 요구되는 주의가 있다는 개념입니다.

재판부가 든 근거는 네 가지였습니다. 사고 당시 피고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다른 아이가 도움을 청했다는 점, 아이가 물속에 방치된 시간, 그리고 별도의 안전요원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형이 선고유예까지 내려온 이유도 밝혀져 있습니다. 함께 기소된 사람들에 비해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는 점, 그리고 아이의 보호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계약서에 없는 일을 맡은 순간 의무가 생겼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세운 방어선은 명확했습니다. 내 일은 데려다주는 것까지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그 말이 맞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이 뒤집히지 않은 자리를 찾으면, 계약의 범위가 아니라 그 자리에 남아 있기로 한 선택입니다.

보호자를 대신해 위험이 따르는 활동에 아이를 데려갔고, 수영복을 입히고 보조기구를 채워줬고, 강습이 끝날 때까지 수영장 안에 머물렀습니다. 이 세 가지가 이어지는 순간, 바깥에서 보는 사람에게 그는 이미 이 아이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조리상 주의의무는 여기서 나옵니다. 계약서에 적힌 업무의 목록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위치에 서 있었는지에서 생겨나는 의무입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계약 범위를 좁게 주장하는 방어는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하고 양형에서만 힘을 씁니다. 이 사건이 정확히 그렇게 흘렀습니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도 함께 봅니다. 이어폰을 낀 채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사정은 그 자리에 있기는 했지만 살피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른 아이가 여러 차례 도움을 청하는 동안에도 반응이 없었다는 점, 그 사이 2분 44초가 흘렀다는 점이 그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한편 이 사건의 형이 세 갈래로 나뉜 구조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강습을 맡은 강사에게는 금고형에 집행유예가, 시설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에게는 벌금이, 아이를 데려간 사람에게는 선고유예가 내려졌습니다.

같은 사고에서 세 사람의 주의의무가 같은 크기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직접 강습을 맡아 물속의 아이를 살펴야 했던 사람, 시설 전체의 안전을 관리해야 했던 사람, 계약 밖에서 사실상의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된 사람의 자리가 각각 달랐고, 형의 종류가 그 차이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선고유예는 형을 정해 놓고 그 선고 자체를 미루는 처분이라 실무에서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유죄는 인정하되 책임의 크기가 형을 집행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볼 때 선택됩니다. 보호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여기서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읽힙니다.

돌보는 일에서 책임은 계약서의 문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서 있던 자리에서 생겨납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여기부터 보세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람이 사망한 경우의 형량 구조, 선고유예가 어떤 처분이고 언제 선택되는지, 보호할 의무가 어디서 생기는지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한계

1심 판단이라 항소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기소된 다른 두 사람의 판결이 확정됐는지는 보도만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글의 한계1심 판단이라 항소심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도된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했고 판결문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양형이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관한 해설이며, 유무죄를 다시 따지는 글이 아닙니다.
참고한 보도
머니투데이 · 2026-09-08 열람